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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건에도 영혼이 있을껄.. 아마.
    Oneday Diary 2024. 2. 28. 20:30

    물건을 살 때는 정말 신중히 오래 고민하고 사는 편이고
    필요 이상의 비싼 물건을 사는 것을 싫어하며
    한번 사면 굉장히 오래 쓰고
    또 그 물건에 마음을 주는 편입니다.
    학생을 거쳐 연구원 시절엔 명함조차 잘 안들고 다니다가 이 회사 조인하고 ‘비즈니스’라는 걸 시작하게 되면서 명함 지갑이 필요해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물건 사는 걸 주저하고 있었고 지갑에서 뒤적뒤적 명함을 꺼내 건내주곤 했는데..
    그러던 2018년 겨울.
    출장으로 갔던 미국 버밍햄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휴가를 붙여서 호적메이트들을 만나러 뉴저지로 날아갔고 거기서 들른 아울렛에서 우연히 발견한, 착한 가격의 명함지갑.


    그렇게 지난 5년반을 항상 함께 했던, 가볍고 적당하며 무난한 이 명함지갑이 며칠 전, 마침내 사망했습니다.
    MBA 오리엔테이션 등 사람들을 갑자기 많이 만나며 이 녀석은 과로를 했던 것 같아요.
    새 명함 신청하고 받은지 불과 몇주만에 200장을 거의 다 써버리는 이, 엄청난 워크로드에 명함집은 마침내 찢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함께한 미팅이 몇개였을까..
    함께 만난 사람이 몇 명이었을까..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대화하며 명함을 건내던 순간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긴장하며 어색한 인사를 하며 어렵게 명함을 꺼내어 건내던 순간이 더 많았겠지요.
    그 긴장의 순간마다 내 손에 들려있던, 동료보다 더 든든한 친구.

    그냥 버리고 새걸 사기엔 마음이 안 좋아서 며칠을 고민고민하다, 계속 증가할 비즈니스 미팅에서 찢어진 걸 꺼내어 명함을 주는 건 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없어 보일거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로 구입을 했어요.


    가격도 적당하고, 너무 명품도 아니니 쓰면서 살짝 살짝 스크래치가 있어도 맘 별로 안 아플테고.. 흠.. 디자인도 괜찮고.. 음. 굿.

    이제 은퇴하는 이 전임자.
    가죽도 아닌데, 5.5년이면.. 오래 썼지.. 하면서도
    나는 이 친구를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어서 잘 담아 책상 서랍 속에 다시 넣어 둡니다.
    언젠가 다시 꺼내 쓸 일은 없겠지만. 지금은 못 버리겠어요.

    물건엔 영혼은 없겠지만,
    내가 준 마음은 거기 있지요.
    고생했어. 고마워.

    #참별걸로마음준다
    #그래도
    #고생스런시간을
    #모두함께한동료같은
    #고마운녀석
    #이제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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