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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r nothing.Oneday Diary 2024. 3. 9. 01:02
이 회사에 몸 담은 지도 8년 차가 되었다. 입사 초반, 나는 좀 엉망이었다. 준비는 되지 않았는데, 업무 역량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경험 모두 어이없을 만큼 보잘것없는데.. 자의식으로 뭉친 데다 고집이 셌다. 이런 직원의 경우 보통, 회사에서는 골칫덩이, 문제아로 본다. 내가 딱 그랬다. 사실, 그때 내가 설정한 방향은 맞긴 했는데.. 그 과정에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성과가 없고 역량이 부족한 직원의 발언권은 조직 내에서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런 내가 고집이 셌으니, 나를 뽑아준 상무님과도 마찰이 생겼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조인한 지 9개월 만에 퇴사하고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지사로 자리를 옮겼다.Country head가 공석이 되었고 그 자리를 채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Asia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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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도 영혼이 있을껄.. 아마.Oneday Diary 2024. 2. 28. 20:30
물건을 살 때는 정말 신중히 오래 고민하고 사는 편이고 필요 이상의 비싼 물건을 사는 것을 싫어하며 한번 사면 굉장히 오래 쓰고 또 그 물건에 마음을 주는 편입니다. 학생을 거쳐 연구원 시절엔 명함조차 잘 안들고 다니다가 이 회사 조인하고 ‘비즈니스’라는 걸 시작하게 되면서 명함 지갑이 필요해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물건 사는 걸 주저하고 있었고 지갑에서 뒤적뒤적 명함을 꺼내 건내주곤 했는데.. 그러던 2018년 겨울. 출장으로 갔던 미국 버밍햄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휴가를 붙여서 호적메이트들을 만나러 뉴저지로 날아갔고 거기서 들른 아울렛에서 우연히 발견한, 착한 가격의 명함지갑. 그렇게 지난 5년반을 항상 함께 했던, 가볍고 적당하며 무난한 이 명함지갑이 며칠 전, 마침내 사망했습니다. MBA 오리엔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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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Oneday Diary 2024. 2. 23. 14:31
가만히 저 자신을 분석해 봅니다. 나에게 가장 부족한 자원은 시간과 돈이고, 장기적 리스크가 있는 자원은 건강. 이 중에 가장 관리가 어려운 것이 시간과 건강. 건강은 꾸준한 운동과 체력관리 및 건강검진을 통해서 어느 정도 높은 확률로 성취가 가능한 부분. 그러나 문제는 시간. 초등학생 시절이나 인생 반을 넘게 산 지금이나 나에게 주어진 것은 하루 24시간으로 동일합니다. 매일 주어지는 24시간을 여러 가지로 분배해야 합니다. - 최소 6.5시간의 수면 - 생계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업무 - 업무에 필수, 영어 공부 - 건강에 필수, 운동 - MBA 졸업을 위한, 수업과 과제, 공부 - 내적 성장과 평안을 위한, 독서 - 가정의 행복을 위한, 아내와의 여가 - 대인관계 유지와 확장을 위한, 식사, 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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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가지 않는 길Oneday Diary 2024. 1. 2. 12:24
늘 남들이 가지 않은 길들을 걸어 왔었다. 생물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도착한 대학원. 생명과학부에 우리 학부 출신은 (내가 아는 한) 거의 없었다. 외로운 학위 과정을 보내다 결국 석박통합의 꿈을 꺾고 3년만에 늦은 석사 졸업을 했다. 그리고 이젠 직장인이 되어야 했다. 제약회사 연구소에 들어갔다. 생물학 전공자들이 거의 희박한 의약품 제제연구 분야에서 거의 10년을 걸었다. 화학과, 약학과 출신들이 대부분인 이 세계에서 생물학 전공자는 모임도 없고 선후배도 없었다. 그냥 혼자 발자국하나 없는 눈밭을 걸었다. 그렇게 10년. 회사와 나의 많은 성장을 가져왔고 이 세계에서 더 많이 배울 건 없다고 결론 지었다. 실험가운을 벗고 양복을 입기로 결심했다. 독일화학회사의 한국 내 Health Care 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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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체계, 그리고 선택과 집중Oneday Diary 2022. 12. 17. 21:58
11월 초. 독일 출장 중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그것은, 처음이었다.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속출하는 감염자 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난 수년 동안 여러 미팅에서 여러 디너에서, 일본, 캐나다, 싱가폴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그 무수한 감염의 위험을 견뎌내고 지금껏 무감염자라는 타이틀을 은근히 마음 속으로 자랑스럽게 달고 있었는데, 막상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빨간 두 줄을 받아 들자, 굉장히 억울한 기분에 빠졌다. 역시 답은 마스크였다. 진짜로. 독일 출장이 지난 다른 모든 출장들과 달랐던 건 단 하나. 마스크였다. 독일 출장은 Global Pharmaceutical Excipient 부문에서 가장 큰 전시회인 CPHI였고 그곳에 모인 수천명의 사람들은 거의 99% 이상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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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장Oneday Diary 2022. 11. 3. 00:55
6년 쯤 되었으면 익숙해질만도 한데 말처럼 쉽지는 않다. 미팅으로 정신없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오전 미팅 지나자 오후에 급 한가해진다. 우연히 대리점 사장님 만나 같이 한국관 짐시 돌고 얘기 좀 나누고 나자 할 일이 없어진다. 이럴 바에는 호텔에 돌아가 데스크웍을 좀 하자는 마음에 조용히 가방 챙겨 나온다. 지도 찍어보니 마침 전철이 들어오고 있어 올라탄다. 17분 걸렸던 기차에 비해 전철은 시간이 곱절은 걸린다. 창에 기대어 앉아 창 밖에 펼쳐지는 독일의 가을 풍경을 보며 하루를 곱십어본다. 미팅 때 좀 더 세련되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팅들을 조금 더 어레인지 해야 했지 않을까.. 아직은 이런 외국 문화들이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고.. 좀 더 프로답고 싶은데, 뭐 이런저런 생각들에 마음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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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janteOneday Diary 2022. 8. 24. 12:56
해외 출장은 매우 독특한 시간들이다. 해외에 나가는 설렘, 이국적 풍경들, 낯선 생활들, 다른 언어, 문화와 같은 여행 같은 느낌이 가득한 한편, 시차 적응, 언어 적응, 바쁜 현지 일정, 동시에 돌봐야 하는 한국 업무들, 익숙하지 않은 현지 탓에 뭐든지 배로 걸리는 시간들, 유지되는 긴장감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동시에 안고 가는, 그런 단짠단짠 한 시간들이다. 요즘 물이 오른 영어 덕에 함께 동행한 고객사에게 유창한 통역을 도와주고 라이드를 제공하고 맛집을 안내하고 챙겨주며 그들과의 좋은 관계와 신뢰를 만들어 갈 수 있었고, 또한 현지 지사의 외국인 동료들과도 관계를 만들어가고.. 그렇게 다 잘 풀리나 싶었는데.. 결국 문제는 체력과 업무량에서 터지니.. 매일 밤늦게까지 일정을 소화하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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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my way to Narita airport from Tsukuba, Japan.Oneday Diary 2022. 8. 14. 12:36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면 매 순간이 의미가득한 순간들로 들어 찬다. 그것이 여행이건 출장이건 매한가지. 미팅하고, 텔코하고, 랩탑으로 일하는 건 이미 일상이 된지 오래되었지만, 츠쿠바에서 출발해 나리타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캐나다 동료들과 8일 뒤 캐나다에서의 일정에 대해서 텔코를 하다가 문득 바라본 창 밖 풍경이 문득 상당히 이질적이라 사진에 담았다. 집에 돌아와 밀린 일들을 하고, 텔코를 하고, 어젯밤 모처럼 아내와 맥주 한잔하며 기가지니와 함께 게임도 하고, 또 모처럼 늦잠이란 걸 자고 일어난, 비오는 토요일 오전. 식사 등등하고 다시 서재로 돌아와 앉은 책상 앞에서, 츠쿠바의 거리 풍경과 시간들이 눈 앞을 자꾸만 스친다. 그래봤자 출장이고 그래봤자 업무 상 만난 사람들, 그리고 간단한 쇼핑하..